Journal of Korean Society of Agricultural Engineers. 2026. 81-91
https://doi.org/10.5389/KSAE.2026.68.3.081

ABSTRACT


MAIN

Ⅰ. 서 론

우리나라의 물관리 체계는 통합물관리가 시행됨에 따라, 공급 중심의 분절적 관리에서 유역 단위의 통합적 관리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2018년 물관리 기능의 정부 내 일원화와 2019년 「물관리기본법」 시행 이후,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 (2021~2030)」과 「제1차 영산강⋅섬진강⋅제주권 유역물관리종합계획 (2021~2030)」이 수립되면서 물환경, 물이용, 물재해를 포괄하는 통합물관리의 정책 틀이 구체화 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는 물문제를 개별 시설의 확충이나 단일 행정구역 차원의 관리 대상으로 한정하기보다, 유역을 공유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소통과 이해를 필요로 하는 공공정책의 영역으로 재구성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Relevant Ministries, 2021; Yeongsan–Seomjin River Basin Water Management Committee, 2023). 최근의 물관리 여건은 극한 가뭄과 집중호우의 빈도 및 강도 증가, 지역 간 강수 편차 확대 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용수공급의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유역 및 지역 간 물 복지에 대한 편차를 심화시키고, 동일한 수자원을 둘러싼 이용 주체 간 경쟁과 이해관계의 충돌을 구조적으로 확대시킨다. 결국 물관리의 문제는 단순한 자원 확보의 차원을 넘어 이해관계자 간 조정과 합의 형성의 문제로 전환되며, 이에 따라 통합물관리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구축과 작동이 필수적이다 (Relevant Ministries, 2021).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상⋅하류 간, 지자체 간, 그리고 용도 간 물 이용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다 (Choi et al., 2016; Kim, 2023a; MOE, 2019; Kim, 2023b). 낙동강 물 문제는 낙동강 본류 수질에 대한 불안과 취수원 다변화 필요성이 중복되면서 상⋅하류 지역 간 물 배분과 지역 상생협력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사례이며, 정부와 지자체는 업무협약, 통합물관리 연구용역, 주민협의체, 유역물관리위원회 논의 등을 통해 협력적 거버넌스에 기반한 해결을 모색하였다 (MOE, 2019; MOE, 2020). 또한 용담댐 및 옥정호 갈등은 수질보전, 지역개발, 형평성, 비용부담, 수리권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례로서, 상위정부의 조정과 과학적 자료 공유, 이해관계자 간 협의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Kim, 2023b). 한편 낙동강 하굿둑 개방 사례는 생태복원과 농업⋅공업⋅생활용수 안정성 간의 충돌을 민관협의체 운영, 정보공개 및 결과 공유, 관계기관 협력을 통해 조정한 사례로 평가된다 (MOE, 2022; Kim, 2023a). 담양호 사례 역시 간접유역 도수터널의 차수벽 설치 (2010)로 인한 유입 제한과 갈수기 농업용수 공급 불안이 담양군⋅순창군⋅한국농어촌공사⋅지역주민 간 유역 간 갈등으로 심화되었다가, 2023년 지자체 간 업무협약과 2024년 차수벽 철거⋅통수를 통해 협력적 거버넌스에 기반한 조정이 이루어진 사례에 해당한다. 이들 사례는 물 갈등의 해결이 단순한 행정적 결정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조정에 기반한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가능함을 보여준다 (Choi et al., 2016; Kim, 2023a; Kim, 2023b; MOE, 2022).

이와 같은 물 갈등은 단순한 행정적 분쟁이나 시설 운영상의 문제로 환원되기 어렵다. 물은 공공재적 성격과 공간적 연계성을 동시에 지니므로 특정 지역⋅용도의 이익만을 기준으로 합리적 배분 원칙을 설정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으며, 갈등의 형성과 심화에는 권한⋅책임의 배분, 정보 비대칭, 위험 인식의 차이, 형평성에 대한 상이한 판단, 누적된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물 갈등은 자원 배분의 문제를 넘어 이해당사자 간 관계 조정과 합의 형성을 핵심으로 하는 거버넌스의 문제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OECD, 2015). 갈등관리 이론에서도 힘 (Power)이나 권리 (Rights)에 기반한 해결은 표면적 종결에 그치지만, 당사자의 근본적 요구를 조정하는 이해 (Interests) 기반 접근이 더 안정적이고 수용할 수 있는 합의를 가능하게 한다고 본다 (Ury et al., 1988; Furlong, 2005). 이는 동일한 수자원을 장기적으로 공유해야 하는 물 배분 문제에서 특히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협력적 거버넌스는 복수의 이해당사자가 관여하는 물 문제를 분석하는 유효한 이론적 틀로 제시된다. Ansell and Gash (2008)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정부와 지역사회⋅시민단체⋅전문가 등이 합의 지향적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과정적 구조로 정의하였으며, Rhodes (1996)는 공공정책이 위계적 통치보다 상호의존적 네트워크의 조정 메커니즘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OECD (2015)는 효과성⋅효율성⋅신뢰와 참여를 물 거버넌스의 원칙으로 제시하면서, 책임⋅정책⋅정보⋅역량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제도적 틀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하였다. 즉, 협력적 거버넌스의 실효성은 협의체의 형식적 존재가 아니라 정보공유, 신뢰 형성, 조정 가능한 합의 메커니즘의 실질적 작동 여부에 의해 결정되며 (O’Leary, 2009; Kim and Lee, 2006), 이는 문제의 정의, 협상 구조, 참여 동기, 참여 의지와 같은 합의 형성의 조건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Poitras and Bowen, 2002; Saunders, 1985).

국내 물관리 분야의 선행연구는 생활⋅공업용수, 상수원 보호, 수질⋅수생태 관리 등 특정 분야에 집중됐다. 농업용수 분야 연구는 갈등 해결 과정보다 물절약 거버넌스 구축이나 상향식 농업용수 거버넌스 모형 등 제도 설계⋅운영방안에 주로 초점을 두었다 (Choi et al., 2016; Lee and Choi, 2021, 2022). 그러나 농업용수 갈등은 수리시설의 운영 효율성이나 관리체계 정비로 환원될 수 없으며, 지역 간 형평성, 주민 수용성, 행정 간 협력, 운영기준의 재설계가 중층적으로 결합된 복합적 공공갈등의 성격을 갖는다. 특히 농업용 저수지를 매개로 한 수계 간 물 이동 문제는 지역 영농기반 시설이라는 기존 인식과 유역 차원의 공공적 수자원 조정이라는 새로운 정책 수요가 충돌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갈등이 실제로 어떠한 협상과 조정, 신뢰 형성, 제도적 지원을 통해 합의와 이행으로 연결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본 연구는 담양호를 둘러싼 수계 간 물이동 갈등 사례를 중심으로 협력적 거버넌스의 형성과 작동 메커니즘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갈등의 전개와 조정 과정에서 정부, 공공기관, 지역주민 등 주요 이해관계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였는지를 검토하고, 정보공유, 신뢰 형성, 제도적 지원, 촉진적 리더십, 운영기준의 재설계가 합의 형성과 이행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통합물관리 체계하에서 농업용 저수지를 매개로 한 수계 간 물이동 갈등의 해결 조건을 규명하고, 향후 유사한 물갈등 관리에 적용 가능한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Ⅱ. 연구 방법

1. 연구지역

담양호는 영산강유역 농업종합개발 제1단계 사업의 일환으로 1976년 준공된 농업용 저수지로, 총 유역면적은 약 6,560 ha이며 (이 중 섬진강수계 간접유역 1,840 ha), 수혜면적은 6,245 ha이다 (Fig. 1). 담양호는 자체 유역만으로는 충분한 저수량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어, 준공 당시부터 섬진강 유역의 지류인 구림천 상류에 2개의 취입보를 설치하고 도수터널을 통해 담양호로 최대 10 m³/s의 유량을 이송하는 유역 간 도수 체계가 설계⋅운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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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The location of study area and direct and indirect watershed of Damyang reservoir

섬진강 수계에 속하며 담양호 간접 유역에 해당하는 전라북도 순창군 구림면 일대 또한 만성적인 농업용수 부족 지역으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월정저수지 (저수용량 916 × 10³ m³)와 청계저수지 (595 × 10³ m³)가 2004~2005년에 조성되었다. 그러나 이들 시설에도 불구하고 가뭄 시 농업용수 공급 안정성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였고, 이는 지역 간 수자원 이용 갈등의 구조적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2010년 가뭄 시기에 순창군 구림면 일대에서 농업용수 부족과 하천유지용수 확보 요구가 증대되자, 지역주민들은 도수터널 입구에 높이 2.05 m의 차수벽을 설치하여 담양호로의 유입을 물리적으로 차단하였다. 이 조치는 담양호로 유입되던 간접유역 유량을 장기간 제한함으로써 담양호의 저수율 저하와 갈수기 농업용수 공급 불안을 구조화하였고, 담양군과 순창군, 한국농어촌공사, 지역주민 및 농업인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유역 간 갈등으로 심화되었다. 2013년 담양호 둑높이기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국농어촌공사 (KRC, Korea Rural Community Corporation)는 차수벽 철거와 주민 제어형 제수문 설치를 제안하였으나, 순창군 수혜지역 주민들은 유역 간 물 이동에 따른 권리 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여 사업은 중단되었고, 협상은 장기간 교착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이후 2010년부터 2023년 7월까지 담양군, 순창군, 한국농어촌공사 담양⋅순창지사 및 지역주민 간 총 18회의 공식 협의가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2023년 8월 “담양호 용수공급⋅이용에 관한 업무협약 (주민-지자체-농어촌공사)” 이 체결되었고, 2024년 차수벽 철거 및 통수가 시행되면서 갈등 완화의 제도적 전기가 마련되었다 (Fig. 2). 다만 안정적 용수공급과 재해 대응을 위해서는 제수문 운영, 취수량 조절, 농촌용수 이용체계 개편 등 후속 조치가 여전히 요구되고 있다. 이는 담양호 사례가 단순한 시설 복구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기준의 재설계와 지속적 협의 구조의 정착을 필요로 하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사례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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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2

Reinitiation of transboundary water transfer after cut off wall removal

이상의 경과를 종합하면, 담양호 사례는 농업용 저수지 기반 수계 간 갈등 사례 중 유일하게 협약 체결까지 도달한 사례이자, 10년 이상의 교착상태를 거쳐 2023년 자발적 협상을 통해 제도화 단계에 이른 드문 사례이며, 유역물관리종합계획과 실제 집행이 연결된 최초 사례에 해당한다. 또한 농업용수 공급 안정성, 수계 간 물이동, 지자체 간 협력, 주민 수용성, 공공기관의 조정 기능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과정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대상 지역으로 선정하였다.

2. 자료 수집 및 분석 틀

본 연구는 담양호 유역 수계 간 물 이동 갈등 사례를 대상으로 단일 사례 연구 (Single-Case Study) 방법을 적용하였다. 복합적인 정책 환경, 이해관계자 상호작용, 제도적 요인과 외부 기후충격이 결합된 현상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사례연구 접근법을 채택하였다.

협력적 거버넌스 이행 과정과 동인 파악을 위한 자료 수집은 문헌 분석과 반구조화 인터뷰를 병행하였다. 문헌 분석에는 정부 정책 문서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유역물관리종합계획), 협약서, 갈등 경과 보고서, 법⋅제도 자료, 언론 기사, 학술 문헌이 포함되었다. 이를 통해 갈등의 제도적 맥락과 정책적 위치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인터뷰는 지자체 공무원, 주민 대표,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 등 갈등 당사자와 중재⋅관리 주체를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인터뷰 참여자 선정은 보도자료, 관계 기관 사전 조사를 통해 선정하였으며, 인터뷰는 갈등 인식, 협상 과정, 신뢰 형성, 제도적 전환 요인, 협약 이후 변화와 향후 지속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인터뷰 대상자의 경험과 관점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개방형 질문으로 구성하였다. 인터뷰는 2024년 4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되었으며, 1인당 평균 60~90분이 소요되었다. 인터뷰 내용은 녹취 후 전사하여 분석틀에 따라 범주화하였다.

협력적 거버넌스 동인을 규명하기 위해 Ansell and Gash (2008)의 6대 요소 (신뢰, 참여, 리더십, 공유된 비전, 의사소통, 상호이익)와 OECD (2015)의 물 거버넌스 12대 원칙 (1. 분명한 역할과 책임, 2. 적절한 규모의 유역관리, 3. 정책 일관성, 4. 역량 강화, 5. 데이터와 정보, 6. 물 재원, 7. 규제 체계, 8. 혁신적 거버넌스 실행, 9. 투명성과 청렴성, 10. 이해관계자 참여, 11. 이용자 간⋅농촌과 도시 간⋅세대 간 상충 해결, 12. 모니터링과 평가)을 통합적으로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3. 거버넌스 만족도 조사

설문조사는 협약 체결 이후 협력적 거버넌스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실시하였다. 설문은 Ansell and Gash (2008)OECD (2015)의 협력적 거버넌스 분석틀 (Table 1)을 기반으로 설계되었으며, ‘초기 조건’, ‘실질적 참여’, ‘리더십’, ‘신뢰 형성’, ‘공유 이익’, ‘제도화’ 같이 6개 핵심 거버넌스 요소 중심으로 문항을 구성하였다. 구체적인 설문 문항으로 협력 이전 갈등 인식, 협의 방식 만족도, 중재자 역할 평가, 상호 신뢰 향상도, 협력의 긍정적 결과, 갈등 조정 과정의 투명성을 포함한다.

Table 1

Integrated analytical framework

CategoryAnsell & Gash componentsLinkage to OECD principlesApplication in this study
Initial conditionsInitial conditionsBridging gaps in responsibilitiesStructure of prolonged conflict
ParticipationDirect participationStakeholder engagementResident participation in irrigation facility management
LeadershipFacilitative leadershipPolicy coordinationPolitical agreement among county heads
TrustTrust-buildingTransparency and information disclosureAgreement for joint management
Shared benefitsInterdependenceGovernance help trade-offs
across water users
Utilization of surplus water during flood seasons
InstitutionalizationInstitutional supportBridging fiscal disparitiesSecuring 6 billion KRW by national funding

조사 대상은 협약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기관 종사자 및 전문가로 총 70명을 모집단으로 하였으며, 표본 추출은 목적표집 (Purposive Sampling)을 적용하여 56명이 응답함으로써 응답률은 80%였다.

측정도구로는 응답자의 태도와 인식을 계량화하는 데 널리 활용되는 Likert 척도를 사용하였으며, 본 연구에서는 1점 (매우 부정적)에서 5점 (매우 긍정적)까지의 5점 척도를 적용하였다. 설문의 내적 일관성을 검증하기 위해 Cronbach’s α 계수를 산출한 결과 0.97로 나타나, 일반적 기준치인 0.8을 상회하는 높은 신뢰도를 확보하였다.

4. 영산강⋅섬진강⋅제주권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의 주요 정책 목표

영산강⋅섬진강⋅제주권 유역물관리종합계획에서는 유역별 물관리의 기본 목표로 ①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유역 물관리, ② 이해당사자 참여 기반의 물관리, ③ 물자립 및 물환경 관리를 지향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 중 ‘건전한 물순환 달성’이라는 영산강유역의 핵심 목표에 주목하여, 농업용 저수지의 수계 간 용수 이동이 물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기존 시설을 활용한 하천유지용수 확보’, ‘농업용 저수지의 방류를 통한 수질⋅생태 개선’, ‘가뭄 대응 체계 구축’ 등 유역물관리종합계획 추진과제와 연계하여 사례를 평가하였다.

Ⅲ. 연구 결과

1. 수계 간 갈등 형성 및 전환 과정

담양호 수계 간 물 이동 갈등은 단순한 행정적 이견이 아니라, 수문학적 구조와 제도적 신뢰 붕괴가 결합된 복합적 갈등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담양호는 총 유역면적 약 6,560 ha 중 약 1,840 ha가 섬진강 수계에 속하는 간접 유역을 포함하는 특수한 구조를 가진다. 직접 유역면적 대비 수혜면적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영농기 초기 필요 저수율 확보에 구조적 제약을 갖는다. 이러한 조건에서 간접 유역 유입수는 담양호 저수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2010년 순창지역 주민에 의해 도수터널 입구에 차수벽이 설치되면서 간접 유역 유입량이 제한되었다. 이후 기간 (2011~2023)의 평균 저수율을 분석한 결과, 동일 연간강수량 조건에서 연평균 저수율이 이전 기간 대비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Fig. 3). 1997년부터 2010년까지의 연평균 강수량과 연평균 저수율을 비교한 결과, 강수량 변동에도 불구하고 평균 저수율은 일정 범위 내에서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Fig. 3). 이는 간접 유역 유입수와 도수 체계가 저수 안정성에 일정 부분 이바지하였음을 시사한다. 차수벽 설치 이후 저수율 저하가 현저하게 나타나고, 특히 협상의 동인이 된 2022년 1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지속된 극한 가뭄 기간 동안 저수율은 29%까지 하락하였다. 이는 단순한 기상 요인의 영향뿐 아니라, 간접 유역 유입 제한이 저수 안정성을 구조적으로 약화했음을 보여준다 (Fig.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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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3

Annual average precipitation and storage rate of the Damyang reservoir before (1997-2010) and after (2011-2023) cutoff wall insta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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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4

Storage rate change of the Damyang reservoir during 1997-2023

담양호 건설 초기 협의 과정에서 영농기 중 도수 제한이 합의되었으나, 이후 운영과정에서 반복적인 이행 문제와 불신이 누적되었다. 차수벽은 순창 지역 주민 입장에서 간접 유역 수리권 보호 장치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담양호 저수율 저하는 하류 농업 생산 기반의 불안정을 초래하였고, 이는 행정적 갈등과 상호 불신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편 순창 지역 역시 가뭄 시 하천유지용수 확보 문제에 직면하였다. 즉, 차수벽은 단기적으로 지역 이익을 보호하는 장치였으나, 장기적으로는 유역 간 협력 가능성을 차단하여 상호 비용을 증가시키는 구조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Ansell and Gash (2008)가 제시한 상호 고통적 교착상태 (Mutually Hurting Stalemate)의 전형적 조건을 충족한다. 갈등 당사자 모두가 현 상태 유지로는 비용이 증가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되면서 협상 재개 가능성이 형성되었다. 2020년 섬진강유역 대홍수 발생 이후 순창군은 도수터널을 통한 홍수 분산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되었으며, 2022~2023년 영산강⋅섬진강유역의 극한 가뭄은 수계 간 기존 갈등 프레임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초기 갈등이 수리권 보호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후에는 가뭄⋅홍수 복합 위험 하에서의 물안보 확보로 논의의 중심이 이동하였다. Ansell and Gash (2008)이 제시한 공동 위험 (Common Risk) 인식에 따른 물관리 비전공유가 거버넌스 전환을 촉진하는 조건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2. 수계간 협약 구조 분석

가. 협약의 주요 내용

2023년 8월 31일 체결된 「담양호 용수공급⋅이용에 관한 협약」은 갈등 당사자 간 합의를 문서화하고, 운영규칙을 내재화한 제도적 산출물로 기능하였다. 협약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도수터널을 통한 순창군 하천수 담양호 공급 운영의 투명성 확보 및 신뢰 회복을 위해 순창군 주민을 수리시설 관리원으로 배치하고 CCTV (Closed Circuit Television)를 설치하여 구림보 여유수량만 취수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현장 기반 감시체계를 구축하였다.

둘째, 도수터널 유입시설 개선 (고정보 대신 전동가동보 설치) 이후 차수벽 철거를 명시하여 단계적⋅조건부 이행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시설개선과 운영변화를 연계하였다.

셋째, 홍수기 (6~9월) 동안만 순창지역 잉여수를 담양호로 유입시키도록 규정하여 유역 외 물 이동을 최소화하고, 유역 내 물 자원의 순환적 활용과 공동의 물 안보 목표 달성을 도모하였다.

넷째, 담양군과 순창군이 담양호 하류 하천수를 활용하여 가뭄 우심 지역인 순창군 금과면 물공급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지역 간 상호지원과 취약지역 대응을 제도화하고, 물 이용의 형평성과 공공성을 강화하였다.

다섯째, 담양호 용수공급⋅이용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협약 당사자 간 거버넌스 운영과 참여를 제도화하고, 성과지표 설정 및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운영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지속적 평가와 환류가 가능한 협력적 관리 기반을 마련하였다.

나. 협약 조항의 이론적 해석: 협력적 거버넌스 관점

첫 번째 조항인 주민 참여형 운영은 협력적 거버넌스 이론에서 강조하는 신뢰 축적의 메커니즘으로 해석될 수 있다. Ansell and Gash (2008)는 협력적 거버넌스에서 신뢰가 협력의 전제이자 결과이며,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작은 성과 (Small Wins)’의 축적을 통해 형성된다고 지적하였다. 담양호 사례에서 주민의 관리 참여와 CCTV를 통한 운영 확인 장치는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기존의 운영 불신을 공동의 관리 책임으로 전환 시키는 기반을 제공하였다. 이처럼 주민 참여형 운영은 협력의 초기 단계에서 신뢰를 제도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협력적 거버넌스의 실질적 작동 기반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두 번째 조항인 조건부 이행 구조는 이해 기반 협상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는 권리⋅입장 중심의 교섭이 아니라, “순창군의 용수 안정”과 “담양호의 저수 확보”라는 이해관계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실제적인 설계이다. 도수터널 유입시설 개선 후 차수벽 철거를 명시함으로써, 이해당사자들의 근본적 이해를 순차적으로 충족시키는 구조를 갖춘 것이다. 이는 이해 기반 협상의 전형적 구조를 체현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세 번째 조항인 시기⋅상황 기반의 규칙 운영은 장기적 협력 유지를 위한 운영적 합리성을 담고 있다. 홍수기 잉여수의 담양호 유입은 단순한 물 이동 허용이 아니라, 시기에 따른 차등적 규칙 (Rule-Based Operation)을 통해 갈등 비용을 줄이는 설계이다. 평시에는 유역 간 물 이동의 민감성을 낮추고, 홍수기 수량을 활용하여 담양호의 저수 안정성을 높이며, 결과적으로 가뭄기 물 부족 가능성을 줄이는 ‘위험 분산’ 효과를 고려한 것이다. 이러한 조항은 양 지역의 물 이용 안정성과 홍수 위험 저감이라는 ‘상호 이득 (Mutual Gain)’을 동시에 추구하는 조율로서, 갈등 상황에서 협력으로 전환하는 거버넌스의 실질적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네 번째 조항은 담양호 방류수 이용 순창군 가뭄 우심 지역 문제 해결 내용을 담고 있어 셋째 조항과 함께 취수조정 합의, 공평한 물 배분은 OECD 물거버넌스 원칙 11 ‘이해 관계자간 형평성’의 실제 구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물 이용자 간 형평 조정은 단순 참여보다 합의의 정당성과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다섯 번째 조항은 OECD 물거버넌스 원칙 12 ‘모니터링과 환류’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3. 협력적 거버넌스 핵심 동인

협력적 거버넌스 형성 과정에서 이루어진 한국농어촌공사 담양지사와 순창군 건설과 간의 실무 협의는 갈등 쟁점의 기술적 요소 (도수량, 운영시기, 시설개선 필요)를 정리하고, 협약 문안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며,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설명 논리를 구체화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후 담양군수와 순창군수 간의 정치적 합의가 이를 제도적 협력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특히 두 지방정부 수장은 단순한 갈등 조정자가 아니라 지역 상생이라는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주도함으로써 협력 구조의 핵심 구심점으로 기능하였다. 담양군수가 담양호 방류수를 활용한 순창지역 가뭄 대응 방안을 제시한 것은 순창 주민들의 인식을 전환 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는 지방정부 리더십이 이해관계자 태도 변화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치적 합의는 중앙정부와의 연계로 이어지며 정책적 실효성을 확보하였다. 담양호 유입 차수벽 철거 시, 순창 가뭄 지역 양수장 설치를 위한 예산 지원을 위해 농식품부, 전라남도청, 담양군청, 순창군청, 농어촌공사 담양지사, 순창지사 관계자 협의가 이루어졌다. 중앙부처 협의를 통해 2023년 11월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북⋅전남 간 상생협력 예산을 확보하였고, 그 결과 담양–순창 사업은 농촌용수 이용체계 개편 기본조사 지구로 지정되면서 60억 원의 국비 지원을 받게 되었다 (Fig 5). 이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단순한 합의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사업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재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거버넌스의 지속가능성을 “선언”이 아니라 “사업⋅예산”으로 고정하는 역할을 했다. 즉, 재정 격차 (Funding Gap)를 메우는 것이 협력의 유지⋅이행 단계에서 핵심이라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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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5

Water supply infrastructure expansion project for drought-prone areas of Sunchang County

한편, 한국농어촌공사 담양지사와 순창군청이 공동으로 추진한 공청회와 주민설명회는 이해관계자 간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고, 지역 주민을 의사결정 과정에 포함하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참여 기반 소통은 갈등 완화와 신뢰 형성의 제도적 기반을 제공하였으며, OECD 물 거버넌스 원칙 중 ‘이해관계자 참여 촉진 (원칙 10)’을 현장에서 구현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담양호 도수터널 차수벽 철거 과정은 이러한 거버넌스 요소들이 어떻게 정책 실행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사업은 찬반 입장의 대립이 아니라 “농업용수의 안정적 확보”와 “홍수 대응력 강화”라는 핵심 이해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추진되었으며, 이는 Fisher et al. (1981)가 제시한 이해 기반 협상의 논리를 실제 행정 과정에 적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지방정부 수장의 조정 역할과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결합 되면서 협력 구조는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였다. 이는 OECD의 ‘필요한 재원 확보’ (원칙 6)에 부합한다.

특히 순창군 주민들이 수리시설 운영과정에 참여하도록 한 조치는 단기적 합의를 넘어 지속가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는 OECD (2015)의 ‘이해관계자 참여 (원칙 10)’와 ‘혁신적 정책 실행 (원칙 8)’에 부합하며,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이 지향하는 공정한 물 배분과 건전한 물순환 체계를 실현하는 실증적 거버넌스 모델로 기능할 수 있다. 담양호 사례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신뢰와 투명성, 공유된 문제 인식과 목표, 촉진적 리더십, 참여적 의사소통 구조, 그리고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Ansell and Gash, 2008; Buitenhuis and Dieperink, 2019) 구현된 사례로 볼 수 있다. 또한, 본 사례의 성공은 단일 요인에 의해 설명되기 어렵고, 이해기반 접근 (Interest-Based), 신뢰 구축 장치 (참여+투명성), 재정⋅정책의 제도화가 결합된 결과로 정리된다.

4. 거버넌스 만족도

응답자는 중앙⋅지방정부 (35.7%), 공공기관 (60.7%), 민간기관 (3.6%)에 종사하는 물관리 전문가 56명으로 구성되었다. 공공기관 비중이 높은 이유는 담양호 물이동 사업의 핵심 실행 기관이 공공영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으로, 실무자의 직접 경험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다고 판단된다. 광주 소재 기관 담당자가 대다수 (80.4%)였으나, 갈등의 직접 당사자인 담양군 (8.9%)과 순창군 (1.8%) 관계자도 포함되었다 (Table 2).

Table 2

Basic statistics of the governance satisfaction survey participants

CharacteristicsCategoriesNumber (n)Percentage (%)
Total56100.0
GenderMale4376.8
Female1323.2
AgeUnder 20s1221.4
30s2035.7
40s2137.5
50s35.4
AffiliationCentral & local government2035.7
Public agency3460.7
Private sector23.6
ResidenceDamyang58.9
Sunchang11.8
Gwangju4580.4

설문조사 결과, 18개 전체 문항의 평균 점수는 4.59/5.0으로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으며, 모든 문항이 4.4점 이상으로 평가되었다. 소속별 만족도 비교에서 공공기관 (4.72/5.0) > 중앙⋅지방정부 (4.44/5.0) > 민간기관 (4.20/5.0) 순으로 평가되었으나, 모든 집단이 4.2점 이상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특히 갈등의 당사자인 담양군 (5.0/5.0)과 순창군 (4.5/5.0)이 모두 4.5점 이상으로 평가한 것은 협력 과정이 공정했으며 양측의 이해가 균형 있게 반영되었음을 의미한다.

Table 3

Governance satisfaction survey results between public agency and government

AffiliationNumber (n)Mean scoreStd. Dev.Difference
Public agency344.7240.529+0.282
Local government204.4420.621
Table 4

Results of governance satisfaction survey

RankSurvey itemMeanStd. Dev.
1Q15: Satisfaction with stakeholder negotiation method4.7140.540
2Q13: Positive results of inter-municipal collaborative governance4.6960.583
3Q16: Effectiveness of negotiation method for future conflicts4.6790.618
4Q12: Tangible benefits to local residents4.6610.778
5Q17: Enhanced sense of community among municipalities4.6430.703
6Q1: Adequate information provision and communication4.6250.629
7Q11: Long-term policy contribution4.6250.691
8Q2: Implementation of agreements among stakeholders4.6070.686
9Q6: Degree of communication among stakeholders4.5890.715
10Q10: Improvement of mutual trust after agreement4.5000.883
Overall Mean4.5860.738

문항별로는 이해관계자 간 협의 방식 만족도 (4.71/5.0), 지자체 간 협력 거버넌스의 긍정적 결과 (4.70/5.0), 갈등 조정 과정의 투명성 (4.54/5.0), 상호 신뢰 향상도 (4.50/5.0) 등이 높게 평가되었다. 특히 신뢰 관련 항목에서 정책 합의 후 상호 신뢰 향상도는 4.50/5.0, 직접적 이해관계자 간 합의 이행도는 4.36/5.0으로 평가되어, 협력 과정에서 형성된 신뢰가 합의 이행으로 실질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추가로 개방형 의견 수렴 (응답률 41.1%, n = 23명)에서는 “협력 과정의 투명성”, “상호 신뢰 회복”, “위험 분산 장치의 효과” 등이 반복적으로 언급되어 정량 결과의 타당성을 뒷받침한다.

다만, 많은 주민 의견을 반영을 못 한 한계가 있으며 추후 거버넌스 평가 시 추가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5. 갈등 해결 방식과 담양호 사례의 시사점

공공갈등의 해결 방식은 크게 당사자 간 협상 (Negotiation)과 제3자 조정 (Mediation)으로 구분된다. 협상은 외부 개입 없이 당사자들이 문제를 정의하고 의제를 설정하며, 합의와 이행 방안까지 자율적으로 도출하는 과정이다. 반면 조정은 중립적 제3자가 개입하여 협상 과정을 촉진하고 합의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안적 분쟁 해결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의 대표적 형태이다. 특히 공공갈등에서는 이해관계자 회의, 협의회, 위원회와 같은 대화 협의체를 통해 조정 방식이 널리 활용됐다 (Kim et al., 2018).

그러나 담양호 직접⋅간접 유역 간 물 이용 갈등 해결 사례는 이러한 일반적 조정 모델과 뚜렷이 구별된다. 본 사례에서는 외부 조정자나 전문가의 개입 없이,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협상을 개시하고 문제 정의, 대안 도출, 합의, 이행까지를 직접 수행하였다. 이는 대규모 사회적 갈등에서 흔히 적용되는 조정 중심 모델과 달리, 지역 단위 물 갈등에서 자생적 거버넌스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Susskind and Jeffrey (1987)는 당사자 간 협상을 통한 해결의 바람직한 특징으로 공정성, 효과성, 지혜, 그리고 안정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핵심 메커니즘은 이해 기반 (Interest-Based) 접근이다. Fisher et al. (1988)과 Furlong (2005)이 지적하였듯이, 권리나 권력에 기반한 협상은 입장대립을 고착화하기 쉽지만, 이해에 초점을 맞출 때 갈등의 근본 원인을 재구성하여 상호 이익이 가능한 대안을 도출할 수 있다. 본 연구 사례에서도 양측은 수리권이나 행정 권한이 아니라 가뭄 대응, 지역 물 안보, 물 이용 효율성이라는 실질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협상을 전개하였고, 이를 통해 상호 수용 가능한 해법을 도출하였다.

결과적으로 본 사례는 외부 조정 없이도 당사자 간 협상을 통해 실익 중심의 합의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권력이나 권리에 기반한 전통적 갈등 해소 방식보다 이해 조정과 협력적 거버넌스에 기초한 접근이 수자원 갈등 해결에서 지속가능성과 효율성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담양호 유역 수계 간 물 이동 사례는 지역 간 물갈등 관리에서 자율적 협상형 거버넌스의 실천적 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

6. 유역물관리종합계획과 담양호 유역 물이동 협력적 거버넌스의 정책적 함의

담양호 유역 사례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가뭄과 홍수라는 복합적 위험 하에서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의 핵심 전략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담양호 저수율이 저하된 상황에서 차수벽 유지 여부는 특정 지자체의 이해를 넘어 유역 전체의 농업 생산, 하천 유지 기능, 물안보를 동시에 위협하는 공동 위험으로 인식되었으며, 이러한 인식 변화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 (Relevant Ministries, 2021)의 ‘수자원의 통합적 관리와 공정한 배분’ 원칙이 실제 갈등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차수벽 철거와 간접유역으로부터 담양호 유입량 증대를 고려한 영산강홍수통제소의 요청에 따라 담양호 하천유지용수 의무 공급량은 기존 5,500 m³/일에서 13,000 m³/일로 증량되었고, 순창지구 농업용수 체계 개편 사업 17,000 m³/일도 하천수 사용 허가를 받았다. 이러한 조치들은 ‘기존 시설을 활용한 하천유지용수 확보’, ‘농업용 저수지의 방류를 통한 수질⋅생태 개선’, ‘가뭄 대응 체계 구축’ 등 계획상의 핵심 과제가 행정⋅운영 단계에서 실제로 구현되었음을 보여주며, 통합물관리 정책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온 계획과 집행의 괴리를 실질적으로 완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거버넌스 측면에서, 담양군의 행정적 결정, 한국농어촌공사의 기술 지원, 순창군과 지역 주민의 협력,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결합 되면서 유역 단위의 협력적 의사 결정을 실행할 수 있었다. 이는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이 강조한 이해관계자 참여 기반 거버넌스가 선언적 원칙을 넘어 실제 물 배분과 운영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적 체계로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후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높은 만족도와 신뢰도는 유역 단위 협력과 조건부 물 배분이 지역 간 갈등을 증폭시키기보다는 공정하고 상호 수용할 수 있는 분배 방식으로 인식되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통합물관리 체계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로 지적되어 온 사회적 합의 기반도 투명한 제도 설계를 통해 구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요컨대 담양호 유역 사례는 기존 수자원 인프라의 효율적 연계 운영, 협력 거버넌스, 가뭄⋅홍수의 통합 관리가 유역 단위에서 동시에 실현될 수 있음을 실증하였다. 이는 향후 다른 유역에서도 통합물관리 체계에 입각한 정책을 실효성 있게 집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정책적⋅이론적 함의를 제공한다.

Ⅳ. 결 론

본 연구는 농업용 저수지인 담양호를 둘러싼 섬진강유역과 영산강유역 간 물 이동 갈등을 사례로, 협력적 거버넌스의 형성과 작동 메커니즘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그 성과를 정량⋅정성적으로 평가하였다. 담양호–순창군 사례는 극한 가뭄이라는 외부 충격 속에서 물관리 기관과 지방정부의 선제적 리더십, 이해관계자 참여 확대, 그리고 이해기반 협상이 결합될 경우, 외부 중재 없이도 지속가능한 합의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본 연구에서 수행한 거버넌스 신뢰도⋅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실질적 성과를 정량적으로 입증한다. 지자체 간 협력 성과, 협의 방식의 공정성, 갈등 조정 과정의 투명성, 합의 이후 상호 신뢰 향상도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단순한 정치적 타협이나 일시적 합의가 아니라,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정당성과 신뢰를 획득한 제도적 합의로 기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기후 위기하에서 ‘공동 위험 인식’은 거버넌스 형성의 핵심 촉매로 작용한다. 담양호 사례에서 극한 가뭄은 이해관계자들에게 상호의존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갈등에서 협력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둘째, 지방정부의 정치적⋅행정적 리더십은 협력적 거버넌스의 결정적 동인이다. 담양군수와 순창군수 간의 상생 합의와 중앙정부 재정 확보는 협력 구조를 실질적 정책 실행 단계로 연결 시키는 핵심 요인이었다.

셋째, 신뢰는 제도와 참여를 통해 구축될 수 있음이 실증적으로 확인되었다. 순창군 주민을 수리시설 관리에 참여시킨 구조는 물관리 정보 비대칭과 불신을 해소하였고, 이는 높은 신뢰도 점수로 반영되었다.

넷째, 유역물관리종합계획과 같은 제도적 틀은 갈등 해결의 실질적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담양호 사례는 통합물관리 계획이 선언이 아닌 실행 모델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본 연구는 단일 사례 분석이라는 한계를 가지므로, 향후에는 다양한 유역 간 물 이동 및 농업용수 갈등 사례를 대상으로 한 비교 연구와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협력적 거버넌스의 안정성과 재현 가능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뢰도⋅만족도와 실제 수량⋅운영 성과를 연계한 계량 분석은 향후 연구의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담양호 사례는 통합물관리 시대에 ‘계획–거버넌스–성과’가 연결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유역 간 물협력 모델로, 향후 국가 및 유역 물관리 정책의 실행 설계에 중요한 기준점을 제공한다.

감사의 글

이 논문은 전남대학교 연구년교수 연구비 (과제번호: 2024-0156-01)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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