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우리나라는 「과학기술기본법」에 근거하여 국가적으로 중요한 핵심기술의 기술수준을 진단하고, 과학기술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기술수준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Kim et al., 2010; Park et al., 2021). 또한 국가 핵심기술 (11대 분야 136개 기술)에 대해 2년 주기로 분석을 수행하며, 주요 5개국 (한국, 중국, 일본, EU, 미국)을 대상으로 기술수준 (%)과 기술격차 (년)를 비교⋅평가하여 최고 기술 보유국 대비 국가별 위치를 제시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한다 (Lee et al., 2023).
농업 분야에서도 농림식품과학기술의 육성을 위해 핵심기술의 수준을 점검하고, 관련 기술 향상을 위한 시책 수립에 활용하며, 연구개발 투자 성과 점검과 재원의 효율적 배분 및 전략 방향 설정을 위해 지속적인 기술수준 평가가 필요하다 (Choi et al., 2023).
본 연구에서 ‘농공분야’는 농업생산기반의 조성⋅운영⋅유지관리 및 재해⋅환경 대응과 관련된 공학적 영역을 의미하며, ‘농공기술’은 농업용수의 공급⋅배분⋅계측, 수리시설의 정보화⋅자동화, 기반시설의 안전진단 및 보수⋅보강, 홍수⋅가뭄 대응, 농업용수 수질관리 등 농업생산기반을 유지⋅고도화하기 위한 제반 기술을 포괄한다. 본 연구의 대상 기술은 이러한 농공기술 중 생산기반과 직접 관련된 기술로 한정하였으며, 복합영농, 물이용, 물안전, 물환경의 4개 분야로 구성된다. 복합영농은 논의 범용화, 배수개선, 맞춤형 관개, 농지구획화 및 간척 등 작물재배 기반의 다변화와 관련된 기술군을, 물이용은 농업용수의 계측, 관수로 체계, 시설정보⋅자동화, 지표수-지하수 연계 등 물 이용 효율화 기술군을, 물안전은 기반시설 안전진단, 보수⋅보강, 홍수⋅가뭄 대응, 재해계측 등 재해예방 및 안전관리 기술군을, 물환경은 안전하고 깨끗한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수질개선 및 관리 기술군을 의미한다.
최근 농업은 기후변화의 심화, 디지털⋅지능화 기술 확산, 농촌 인구구조 변화 등 복합적 환경 변화에 직면해 있으며, 이에 따라 농업생산기반은 단순한 물리적 시설 확충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Rural Research Institute, 2025).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농공기술의 현 수준을 정량적으로 진단하고, 선도국 대비 격차를 파악하여 중장기 연구개발 투자전략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농공분야는 타 부처의 정기적인 기술수준 평가 체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계적⋅정량적 진단이 부족하여, 선진국 대비 기술 위치와 격차에 대한 근거 기반 분석이 제한적이었다. 그 결과 국가 연구개발 과제 기획 과정에서 투자 우선순위 설정과 전략적 방향 수립에 어려움이 지속되어 왔다 (KISTEP, 2021).
관련 분야의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농업생산기반 기술은 이미 정책⋅제도⋅시장⋅기술이 결합된 형태로 고도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연방재난관리청 (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FEMA)의 재해관리 정책과 연계한 기반시설 대응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유럽연합 (EU)은 유럽 그린딜 (The European Green Deal)에 기반한 인프라 안정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드론, IoT 센서, AI 기반 예측모델 등 스마트 기술의 발전 단계와 상용화 동향이 농업생산기반 관리 분야에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이와 같은 해외 정책⋅기술 동향은 우리나라 농공기술도 단순 시설 확충을 넘어 데이터 기반 계측, 예측, 자동화 및 재해대응 역량을 종합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주요 선진국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농공기술의 상대적 수준과 격차를 진단하는 작업은 학술적⋅정책적으로 모두 필요하다.
기술수준평가의 방법은 단일한 표준이 존재하지 않으나, 기술 동향 및 수준 분석을 위해 전문가 인터뷰⋅설문조사와 델파이 조사 (Delphi survey)가 널리 활용되어 왔다 (Gwon and Lee, 2018; Kim et al., 2017). 특히 델파이법은 전문가의 직관을 구조화하여 반복 설문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대표적 방법으로 기술예측 및 기술평가 연구에서 빈번하게 적용되어 왔다 (Gordon, 2009; Flostrand et al., 2020; Cho and Lee, 2015). 델파이 조사는 특정 주제에 대해 전문가 집단의 판단을 체계적으로 수렴하고 합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risp et al., 1997). 특히 농공기술과 같이 국가 간 직접 비교가 가능한 계량자료가 제한적이고, 기술의 정책⋅운영⋅현장 적용 수준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전문가 기반의 구조화된 판단이 유효하다. 본 연구에서도 동일 기술에 대해 전문가 간 인지 편차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하여 선진국 기술동향 자료를 사전에 제공하고, 2-round 델파이 방식을 통해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기술수준 및 기술격차 평가의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전문가 델파이 조사를 통해 농공기술의 기술수준 (%)과 기술격차 (년)를 진단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농공분야 연구개발 투자 우선순위 및 중장기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Ⅱ. 연구 방법
본 연구는 국내 주요 기관의 기술수준 조사 사례를 분석하여 총 4단계의 연구 수행 체계를 수립하였다. 제1단계 (기획)에서는 유관 조사를 검토하여 평가 대상 기술과 설문 문항을 도출하였다. 제2단계 (자료 수집⋅정리)에서는 농공분야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선진국의 기술 현황을 조사하여, 델파이 조사에 제공할 수 있도록 기반자료를 준비하였다. 제3단계 (델파이 조사)에서는 2라운드 방식으로 전문가 델파이 조사를 수행하였다. 제4단계 (분석⋅발전방향 도출)에서는 델파이 조사를 통해 수집된 의견을 기반으로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제시함으로써 각 기술별 발전방향을 도출하였다.
제1단계 조사기획 단계에서는 델파이 방법을 활용한 기술수준 조사 사례를 검토하여 설문 문항을 확정하고, 비교 대상 국가를 설정하였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정보통신기획평가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식품안전정보원 등 7개 유관기관의 사례조사를 우선 검토하고, 2차례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유럽 (EU), 일본, 중국으로 비교국가를 확정하였다. 이들 국가는 국내 기술수준평가 체계에서 반복적으로 활용된 대표 비교군인 동시에, 농공분야의 정책⋅시장⋅사회⋅기술 동향을 비교하기에 적합한 주요 선도권 국가 (권역)로 판단하였다. 특히 미국, 유럽, 일본은 농업생산기반 및 스마트⋅재해대응 기술 측면에서 국제적 비교 가치가 높은 국가 (권역)이며, 중국은 최근 농업⋅스마트 기술 분야에서 빠른 투자와 확산이 진행되는 주요 비교국으로 포함하였다.
본 연구의 조사 대상 기술은 농공분야 중 생산기반과 관련된 기술로 한정하였으며, 기술 분류체계는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2032 농업생산기반 정비계획」을 기본 근거로 설정하였다(MAFRA, 2023). 이에 따라 대분류 (Main category)는 복합영농, 물이용, 물안전, 물환경의 4개로 구분하였고, 이를 연구 목적에 맞게 중분류 (Secondary category) 6개, 소분류 (Technology name) 14개 기술로 구체화하였다. 여기서 복합영농은 논의 범용화와 다양한 작물재배 기반 조성에 관한 기술군, 물이용은 농업용수의 계측⋅공급⋅운영 효율화 기술군, 물안전은 재해 대응과 시설물 안전관리 기술군, 물환경은 농업용수의 수질개선 및 관리 기술군을 의미한다. 조사 및 분석 단위는 소분류 14개 기술로 정의하였고, 기술의 명칭과 정의는 Table 1과 같다.
Table 1
Definition of the technology under investigation
제2단계 델파이 조사 준비 단계에서는, 델파이 조사가 응답자의 경험과 주관적 판단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동일 기술에 대해서도 전문가 간 인지적 편차나 해석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정보 비대칭을 최소화하고 평가 결과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 참고자료를 구축하였다. 응답자에게는 기술 분류 설명자료, 「2023~2032 농업생산기반 정비계획」 세부내용, 각 기술별 선진국가 기술현황 자료의 3종 자료를 제공하였다. 이 중 선진국가 기술현황 자료는 정책 (Policy), 시장 (Economy/Market), 사회 (Society), 기술 (Technology)의 PEST 틀에 따라 우리나라와 주요 비교국의 동향을 정리한 자료로, OECD, FAO, 국내외 학술지, 주요 정부부처 및 연구기관 자료를 활용하여 작성하고 전문가 검수와 내부 보완을 거쳐 활용하였다.
제3단계에서는 조사 대상 기술과의 관련성을 고려하여 전문가를 선별하고, 중복 제거 및 연락처 정보 누락 등을 제외한 후 최종 260명을 조사 대상 모집단으로 확정하였다. 구조화된 온라인 설문을 활용하여 델파이 조사를 수행하였으며, 1차 조사에는 153명, 2차 조사에는 137명이 참여하였다. 본 연구는 2-round 방식을 채택하였고, 1차 조사 결과를 2차 조사에 반영하여 응답자가 자신의 판단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또한 조사결과의 신뢰성을 검토하기 위해 응답 합의도 (Consensus)를 산출하였다. 1차 및 2차 델파이 조사 대상과 응답자 구성 및 응답률은 Table 2와 같다.
Table 2
Delphi survey participants and response rate
| Round | Targeted experts (n) | Respondents (n) | Response rate (%) |
| Round 1 | 260 | 153 | 58.8 |
| Round 2 | 153 | 137 | 89.5 |
본 연구에서 제시한 2030년 예측값은 통계적 외삽치가 아니라, 2차 델파이 조사에서 각 전문가가 ‘2030년 (5년 후)’ 시점을 기준으로 최고기술 보유국 대비 상대적 기술수준 (%)과 기술격차 (년)를 전망하여 응답한 결과를 집계한 값이다. 또한 2차 조사에서는 응답자 본인의 1차 응답과 전체 전문가의 1차 응답 경향을 함께 제시하여, 반복적 의견수렴을 거친 전향적 판단값이 도출되도록 하였다.
응답자의 특성은 Table 3과 Table 4에 제시하였다. 응답자의 소속기관은 공공기관이 73.7%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산업계 10.2%, 중앙기관 8.0%, 학계 7.3% 순이었다. 응답자의 연구경력 (근무경력)은 10년 이상이 65.0%로 과반수 이상이었다. 본 연구는 평가 결과의 현장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기관 실무 전문가 (73.7%)와 10년 이상 경력자 (65.0%)의 비중이 높은 전문가 구성을 바탕으로 조사를 수행하였다.
Table 3
Distribution of Delphi survey respondents (n=137) by organization
| Organization type | Respondents (n) | Share (%) |
| Government ministries | 11 | 8.0 |
| Public institutions | 101 | 73.7 |
| Industry | 14 | 10.2 |
| Academia | 10 | 7.3 |
| Research institutes | 1 | 0.8 |
| Total | 137 | 100.0 |
Table 4
Distribution of Delphi survey respondents (n=137) by years of experience
| Years of experience | Respondents (n) | Share (%) |
| < 5 years | 33 | 24.1 |
| 5–10 years | 15 | 11.0 |
| 10–20 years | 25 | 18.2 |
| 20–30 years | 50 | 36.5 |
| > 30 years | 14 | 10.2 |
| Total | 137 | 100.0 |
델파이 조사 방법론은 2-round로 설문을 진행할 경우 의견수렴에 유리하다는 선행 연구를 참고하여, 본 연구에서도 2-round 방식을 채택하였다 (Gwon & Hong, 2009). 또한 전문가 델파이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해 응답 합의도 (Consensus)를 산출하였다. 합의도는 3분위값 (Q3)과 1분위값 (Q1)의 차인 사분위범위 (IQR=Q3−Q1)를 이용하여 산정하였다. 사분위범위가 작을수록 전문가 의견이 중앙값에 집중되어 있음을 의미하므로, 이를 이용하여 의견 수렴 정도를 판단하였다. 합의도 값이 1에 근사할수록 응답자 간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해석되며, 본 연구에서는 선행 델파이 연구와 기술수준평가 방법론에서 제시한 기준을 준용하여 합의도 0.75 이상을 적절한 합의 수준으로 판단하였다. 합의도 0.75는 응답자들의 의견이 중앙값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0.25×중앙값 범위에 포함됨을 의미하며, 전문가 집단의 의견 수렴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루어진 상태로 해석할 수 있다 (Kim et al., 2022).
제4단계에서는 전문가 델파이 조사를 통해 수집된 의견을 기반으로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제시함으로써 각 기술별 발전방향을 도출하였다.
Ⅲ. 결과 및 고찰
1. 우리나라의 기술수준 및 기술격차 조사 결과
Table 5는 국가별 기술수준 및 기술격차 조사 결과를 제시한다. 설문조사 결과, 2025년 기준 우리나라 농공분야의 전반적인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기술 보유국 대비 평균 80.9%로 평가되었으며, 기술격차는 평균 3.9년으로 나타났다. 주요국의 기술수준은 미국 (100) 대비 EU (93.0%), 일본 (91.1%), 한국 (80.9%), 중국 (73.1%) 순으로 나타났고, 기술격차는 EU (1.6년), 일본 (1.9년), 한국 (3.9년), 중국 (5.5년) 순으로 나타났다.
Table 5
Technology levels and gaps by country (2025 and 2030 projected)
| Country | 2025 | 2030 (Projected) | ||||
| Ranking | Level (%) | Gap (yrs) | Ranking | Level (%) | Gaps (yrs) | |
| Korea | 4 | 80.9 | 3.9 | 4 | 89.5 | 1.9 |
| U.S. | 1 | 100.0 | 0.0 | 1 | 100.0 | 0.0 |
| E.U. | 2 | 93.0 | 1.6 | 2 | 92.6 | 1.2 |
| Japan | 3 | 91.1 | 1.9 | 3 | 92.1 | 1.6 |
| China | 5 | 73.1 | 5.5 | 5 | 84.5 | 3.0 |
2025년 조사결과와 전문가 델파이 2차 조사에서 제시한 2030년 (5년 후) 전망결과를 함께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기술수준이 향상되고 기술격차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중국 또한 기술수준이 향상되고 기술격차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기술수준의 향상 폭은 우리나라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조사한 국가 핵심기술 (136개) 기술수준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기술수준은 2022년 기준 미국 대비 84.3%, 기술격차는 2.9년으로 제시된 바 있다 (Lee et al., 2023). 또한 농산 분야는 기술수준 88.7%, 기술격차 2.6년으로 국내 농림식품 10대 대분류 중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Lee et al., 2023). 다만 평가 시점, 대상 기술체계 및 산정 절차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으므로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음을 전제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농공분야의 기술수준 (80.9%, 2025년)은 국가 전체 과학기술 (84.3%, 2022년) 및 농산 분야 (88.7%, 2022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었다. 이는 농공기술 발전의 구조적 저해 요인에 대한 점검과 함께, 전략적인 연구개발 투자 확대 및 우선순위 재설정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Table 6은 5개국의 14개 세부기술에 대한 기술수준 (국가순위) 및 기술격차 조사 결과를 나타낸다. 14개 기술을 종합한 결과, 농공기술 분야의 최고기술 보유국은 미국으로 조사되었다. 미국은 11개 기술 (78.6%)에서 최고기술 보유국으로 평가되었고, 한국은 1개 기술 (7.1%, 간척 농지조성 기술), EU는 1개 기술 (7.1%, 맞춤형 관개 기술), 일본은 1개 기술 (7.1%, 배수개선 (침수예방) 기술)에서 최고기술 보유국으로 평가되었다.
Table 6
Technology levels and gaps for 14 specific technologies by country
우리나라 기술수준이 선도국 대비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원인은 기술군별 성격 차이에서 부분적으로 확인된다. 즉, 간척과 같은 전통적 토목 기반 기술에서는 비교적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농업용수 계측, 수리시설 정보⋅자동화, 스마트 유지관리 등 데이터⋅자동화⋅AI 기반 기술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개별 기술의 부족이라기보다, 현장 실증과 사업화로 연결되는 연구개발 체계, 민간투자 기반, 통합 플랫폼 및 표준화, 전문인력 확보, 관련 법⋅제도의 정비 수준 차이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농공기술의 격차는 전통 인프라 중심 체계에서 데이터 기반 운영⋅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구조적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판단된다.
2. 응답자 합의도 분석 결과
Table 7은 14개 기술에 대해 5개 국가별로 산출한 응답자 합의도 분석 결과이다. 합의도 분석 결과, 0.75 미만의 합의도가 16곳에서 나타났으며, 이는 전체 70곳 중 22.9%에 해당한다.
Table 7
Results of the respondent consensus analysis
설문에 포함된 주관식 개선 의견을 종합하면, 일부 기술에서 나타난 낮은 합의도는 사전 제공된 선진국 기술동향 자료의 충분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응답자들은 기술 개요 및 현황, 시장 분석, 정부 정책 및 지원 등 기초⋅정책적 배경자료의 제공이 필요하며, 특히 정부 정책, 연구개발 투자 데이터 등 정책⋅투자 관련 세부 정보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후속 조사에서는 기술 정의의 명확화와 함께, 국가별 비교가 가능한 정책⋅투자⋅실증 지표를 포함한 근거자료를 선제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술별로는 배수개선 (침수예방) 기술에서 5개국 중 3개국에 대한 합의도가 0.75 미만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한국과 중국에서 0.75 미만의 결과가 각각 5곳 도출되어, 향후 해당 기술 및 해당 국가에 대한 기술정보 자료 구축과 전문가 구성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Song et al. (2024)은 이산화탄소 직접포집 및 동시포집전환 기술의 국내 기술수준 평가에서 합의도가 0.66으로 도출되었음을 보고하였고, 이는 전문가들 간 의견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 해당 연구는 그 원인으로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의 축적 부족에 따른 전문가 간 인식 차이를 제시하였다.
농공기술 분야에서도 일부 항목에서 낮은 합의도가 관찰된 점은, 기술정보의 객관적 근거 축적과 전문가 풀 (Pool)의 다변화가 결과의 안정성과 수렴을 높이는 핵심 요인임을 시사한다.
델파이 조사 결과의 해석에서 본 연구는 일반적인 가설검정 중심의 통계적 유의성보다는, 전문가 의견의 수렴도와 응답 집단의 적절성을 통해 결과의 신뢰성을 검토하였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2-round 델파이 방식을 적용하고, 최종 응답 결과를 극단값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중앙값 기준으로 집계하였다. 또한 최종 응답자 중 공공기관 소속이 73.7%, 10년 이상 경력자가 65.0%를 차지하여 현장 적합성이 높은 전문가 집단이 구성되었으며, 국가⋅기술별 합의도 분석 결과 70개 평가 조합 중 54개가 0.75 이상으로 나타나 다수 항목에서 전문가 의견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렴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는 델파이 조사에 요구되는 합의 수준과 전문가 집단의 현장성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3. 제안된 4대 분야별 기술 발전 방향
본 연구는 기술수준 및 기술격차 결과 (Table 5, Table 6)와 합의도 결과 (Table 7), 그리고 주관식 개선 의견을 종합하여 4대 분야별 기술 발전 방향을 도출하였다.
즉, 선도국 대비 격차가 존재하고 (또는 수준이 낮고), 동시에 합의도 또는 현장 의견을 통해 개선 필요성이 확인된 영역을 중심으로 제안사항을 정리하였다. 다만 발전 방향은 단순한 기술 수요의 나열이 아니라, 현재 기술 수준과 구조적 한계에서 향후 목표 기술체계로의 전환 방향이 드러나도록 현 수준과 발전 방향을 연계하여 제시하였다.
현재 복합영농 분야는 논 범용화, 배수개선, 맞춤형 관개, 농지구획화 및 간척 등 전통적 생산기반 조성기술은 일정 수준 축적되어 있으나, 기후변화와 작부체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성능기반 표준화와 스마트 융복합 적용은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배수⋅관개⋅구획화 기술은 개별 요소기술 단위의 적용이 중심이며, 현장 적용성과 제도화 측면에서 추가 보완이 필요한 단계로 해석된다. 향후에는 기후변화 및 영농환경 변화에 대응한 기능⋅성능 기반 표준 정립, 맞춤형 자동관개 시스템과 통합 시설의 현장 확산, 관수로⋅센서⋅통신을 자율농기계 기준과 연계한 스마트 농지구획화, 그리고 자연기반해법 (Nature-based Solutions)과 스마트 기술을 연계한 간척기술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물이용 분야는 관수로, 계측, 시설정보⋅자동화, 지표수-지하수 연계 등 핵심 요소기술이 분절적으로 구축되어 있으나, 전주기 계측과 데이터 통합, 실시간 운영 의사결정 체계 측면에서는 선도국 대비 격차가 큰 것으로 해석된다. 즉, 물 공급⋅배분⋅회귀수량을 연계해 관리하는 데이터 기반 운영체계가 아직 충분히 정착되지 않았고, 시설정보의 표준화 및 자동화 수준도 제한적이다. 향후에는 개별 시설 중심 관리에서 벗어나 계측–전송–분석–제어가 연계된 전주기 물관리 체계로 전환하고, 관수로 전환과 시설자동화, 지표수-지하수 통합운영을 데이터 플랫폼 기반으로 통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나아가 AI 기반 수요예측과 운영 최적화 기술을 접목하여 물이용 효율과 운영 안정성을 함께 높이는 방향이 요구된다.
물안전 분야는 안전진단, 보수⋅보강, 홍수⋅가뭄 대응, 재해계측 등 전통적 재해대응 기술은 비교적 축적되어 있으나, 상시 계측과 조기경보, 예측 기반 대응, 재해 전주기 통합관리 체계는 아직 발전 여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현재는 점검⋅복구 및 사후 대응 기능이 중심인 반면, 선도국 수준의 예측⋅예방 중심 체계로의 전환은 미흡한 단계로 볼 수 있다. 향후에는 위험기반 진단 표준지침, 홍수⋅가뭄 예경보 시스템, 재해계측기 상시 운영, 실시간 이상징후 감지와 자동 알림 등 예측⋅예방 중심의 전주기 관리 체계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물환경 분야는 수질조사와 오염사고 대응, 녹조관리 등 기초적 관리 기능은 수행되고 있으나, 실시간 모니터링과 예측 기반 대응, 지역 맞춤형 저감기술 적용 측면에서는 여전히 개선 필요성이 큰 분야로 판단된다. 특히 수질정보의 상시 수집과 용수공급 의사결정의 자동 연계 수준은 제한적이다. 향후에는 저수지와 용배수로를 대상으로 한 정밀 모니터링망 확대, 수질 기준 초과 시 자동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 AI 기반 시나리오 예측을 활용한 오염 확산 대응, 수계 유형별⋅오염원별 맞춤형 저감기술 개발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즉, 사후 점검 중심 관리에서 실시간 감시와 예측형 대응 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핵심 발전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종합하면, 4대 분야 발전 방향은 계측⋅데이터 기반의 관리 체계 구축, AI/예측 기반 의사결정 고도화, 현장 적용⋅제도화 및 거버넌스 강화, 그리고 재해⋅수질 대응의 상시 모니터링과 조기경보 체계 확립으로 정리할 수 있다.
Ⅳ. 결 론
본 연구는 2025년 농공분야 기술수준 진단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농공기술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생산기반 조성을 위한 연구개발 및 정책 방향을 도출하였다. 주요 결론과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술격차 해소의 ‘질적 전환’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농공분야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 기술 보유국 대비 80.9%로 평가되었고, 평균 기술격차는 3.9년으로 나타났다. 간척 등 전통적 토목 기반 기술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데이터⋅자동화⋅스마트 관리 등 미래 핵심 영역에서는 여전히 추격형 (catch-up)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는 단순한 수치 격차를 넘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환경에서 핵심 기술의 축적과 확산이 지연될 경우 장기적으로 기술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취약 영역을 중심으로 전략적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기술 전환 (데이터 기반 운영⋅관리 체계 강화)이 필요하다.
둘째, 현장 중심의 연구개발 기획 및 평가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농공기술의 실증과 상용화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산업계 및 현장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하고, 개발 기술이 현장 운영⋅관리와 사업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정량 중심의 성과 지표를 보완하여, 현장 수요 반영도, 실증 적용성, 유지관리 효율성 등 실용성과 확산성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체계의 도입이 요구된다.
셋째, 근거 기반 (Evidence-based)의 정밀한 기술수준 진단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전문가 판단에 기반한 정성적 평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국가별 기술 동향, 시장 분석, 정책 지원 및 R&D 투자 현황 등 객관적 기초자료의 사전 제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전문가 간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고 응답의 수렴도를 높여, 진단 결과의 신뢰성과 정책 활용성을 향상시키는 기반이 될 것이다.
본 연구는 2025년 시점의 단면적 분석이라는 한계가 있으며, 델파이 조사 특성상 전문가 구성 및 사전 제공자료 수준에 따라 결과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농공분야 기술수준과 기술격차를 정량적으로 제시하고, 결과에 기반한 투자 우선순위 및 중장기 발전 방향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향후에는 주기적 추적조사를 통해 기술 발전의 궤적을 모니터링하고, 객관지표 (특허⋅논문⋅표준⋅시장지표 등)와 결합한 진단 고도화를 통해 본 연구의 제언이 실질적인 국가 연구개발 정책 및 사업 기획으로 연계되기를 기대한다.

